사마천 사기 리뷰

고대 중국, 그러니까 공자님이 살던 시절 보다 앞선 시대의 왕실에는 태사공이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이 관리의 임무는 공식 문서를 보관하고 왕의 언행을 기록하면서 천상과 지상의 조짐과 징조를 관찰, 해석,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하늘에 나타난 혜성을 살피거나 새들의 이상한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태사공의 임무였죠. 이런 태사공의 지위는 종종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세습되었습니다.

 

사마천의 모습 [출처 - 네이버]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으로부터 이러한 태사공의 직책을 물려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사마담은 생전에 중국과 그 인근 나라들의 역사를 집필하고 있었고, 그의 사망으로 인해 사마천은 아버지의 임무를 물려받아 「사기」를 완성한 것입니다.

 

「사기」는 총 130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12장은 중국 문명의 창시자인 황제에서 기원전 2세기까지의 역사를 다룹니다. 그다음 10장은 왕조의 세계표이고, 8장은 의례, 음악, 달력, 천문, 수자원, 농엽 경제 등을 다룹니다. 30장은 중국 통일 이전, 주 왕실로부터 춘추 천국 시대까지의 왕실과 귀족 가문을, 나머지 70장은 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기」에서는 정치가에서 장군, 도둑에서 궁중의 익살꾼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개인이나 집단들의 생애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저서인 「사기」는 현대인이 읽어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이유인즉슨, 사마천이 아주 뛰어난 문장가였다는 사실이 첫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145년경에 태어난 인물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역사관은 매우 현대적이고 냉철함이 깃들어 있기때문에 과학적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역사서를 읽고 있다 하지만 2천 년이라는 시대적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니까요. 그는 고대의 연대기와 역사적 문헌 중 정확하다고 판단한 것만 골라서 조심스럽게 사용했습니다.

 

한 무제의 모습 [출처 - 네이버]

과거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려 했던 사마천의 노력은 시간의 검증을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절 군주였던 한 무제는 포악하기로 소문난 폭군이었습니다. 사마천은 한무제의 포악한 성질의 희생자가 되어, 거세형을 당했습니다. 당시 사마천의 성품을 미루어보아 사람들은 그가 자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기」 편찬이라는 대업을 위해 환관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사기」는 영웅적이고도 도덕적인 용기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사마천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역사 서술의 모델로 중국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죠. 기원전 2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공식 역사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에 사마천의 위대한 업적인 「사기」를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