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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어느 호수가 아주 예쁜 핑크색으로 물들어있었습니다. 호수가 핑크색이라니...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누군가의 장난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오직 자연의 경의로움이 빚어낸 작품이었습니다. 자연은 어떻게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진출처 - 뉴욕타임즈]


☞ 호주에만 핑크색 호수가 있을까?

사실 호주 뿐만 아니라 스페인, 아제르바이잔, 세네갈, 멕시코 등에서도 이렇게 예쁜 핑크색 호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밀은 바로 이 호수에 살고있는 미생물인 카로테노이드(carotenoid)입니다. 당근 carrot과 아주 비슷한 스펠링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사실 카로테노이드라는 단세포 미생물은 당근이 가진 카로틴 색소와 유사합니다. 

핑크색으로 변하는 호수들은 공통적으로 염분이 아주 높습니다. 헌데 날씨가 따뜻해질 수록 호수의 염분은 올라가게 되고 거의 바닷물 수준으로 짜게 변하게 때문에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극한 환경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은 염도를 가진 호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겠죠. 그런데 이 와중에 살아남은 단세포 바닷말이 카로테노이드를 만들어내면서 호수가 핑크색으로 변신해가는 것입니다. 


호주 힐러호수 [사진출처 - 서울신문]

☞ 카로테노이드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그렇다면 바닷말은 카로테노이드를 왜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광합성을 위해서 입니다. 지용성 색소인 카로테노이드는 광합성을 용이하게 하는 색소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어떻게 돕는고 하니, 엽록소가 늘 그렇듯 광합성을 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카로테노이드가 엽록소를 얇게 코팅해주면서 보호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하네요.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안구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선글라스같은 역할이죠. 

☞ 카로테노이드만 있으면 호수가 핑크색으로 변할까?

사실 한가지가 원인이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핑크색 호수를 볼수있기까지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해야 하는데, 우선 염도가 높아야 하고, 그 염도로 인한 소금과 유기체를 이용해서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핑크색 호수가 만들어 지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 호수의 소금이 아닌 석고 소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다른 호수들은 이렇게 핑크색으로 변신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카로테노이드가 작용하는 것에 더해서 호수 밑바닥 침적물들과의 작용, 호수의 특정 염도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작용하는 것입니다. 

☞ 핑크색으로 변한 호수의 쓰임은?

관광용을 벗어나서, 사실 이 핑크색 호수에서 거두어들인 카로테노이드 염료는 식용색소로 이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약을 제조하는데에 쓰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빚어준 아름다운 현상이 실제 우리 삶에 유용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것이죠.


☞ 재미있는 사실

카로테노이드를 생성하는 조류를 먹고사는 브라인 새우는 가끔 핑크색으로 변신합니다.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가시죠? 조류가 가지고있는 염료가 몸이 투명한 새우의 지방에 찰싹 붙어서 순간적으로 새우 색깔을 핑크색으로 만드는 겁니다. 헌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브라인새우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이 바로 다름아닌 플라밍고라는 겁니다. 우리가 에버랜드에서 가끔 보는 홍학이 바로 플라밍고예요. 그 아름다운 깃털의 빗깔이 늘 궁금했는데, 염료를 머금은 먹이를 섭취해서 깃털색깔이 그렇게 핑크빛이라고 하네요. 자연의 순환인 먹이사슬의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뭔가 귀엽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플라밍고 식단에서 카로테노이드를 없앤 후에 깃털색깔을 관찰 한 결과 점점 색깔이 빠져서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참 신기하죠?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정말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를 깨끗한 채로 물려받아서, 우리가 받은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도록 우리세대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핑크색 호수 -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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