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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식적으로 철학을 정당화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철학을 상식과 비교해보고 그래서 좀 더 익숙한 지점으로부터 철학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철학은 상식과 상충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식을 최대한 활용해봅시다. 그렇다면 상식이란 무엇인가요? 우선 이런 질문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상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문을 유발하지 않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상식은 모두가 인정하는 유효한 확신입니다. 사람들은 확신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지 않지만 확신에 기대어 어떤 문제가 제기될지를 결정합니다. 확신이란 보수적인 견해이며 고착화되고 단일한 믿음이어서, 사람들이 그런 확신에 근거해서 행동하고 추론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전제지요.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상식에 따라 살고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상식이란 실용적이면서도 이론적인 선입관입니다. 나는 동료들과도 상식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결코 상식을 사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즉흥적이고 무모하게 상식을 사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아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일단 도전받지 않는 권위는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권위의 매력은 사라졌습니다. 예컨대 상식은 분명히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수정되었습니다. 어제는 말도 안 되던 일이 오늘은 상식이 됩니다. 어제의 상식은 폐기되저나 진기한 것이 됩니다. 16세기에는 지구가 돈다고 말하면 기인 취급을 받았지요. 지금은 지구가 돌지 않는다고 말해야 기인이 됩니다. 게다가 상식은 습관이나 모방과 같은 비합리적인 힘의 결과를 최소한 어느 정도 반영합니다. 오래된 믿음이나 반복된 주장은 그러한 사실로부터 견고해지고 고착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을 할 때 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어조나 사투리에 영향을 맏는 것처럼 말이지요. 일단 널리 퍼진 믿음은 기존의 관습에서도 권위를 얻게 됩니다. 그런 믿음은 표준적이고 통상적인 여론의 지원을 받습니다. 믿지 않는 자들은 신뢰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는 곱지 않은 혐의를 받게 됩니다. "당신은 그것들이 다음에 어떻게 될 지 말할수 없어." 아니면 공공의 평화를 위헙한다고 우격다짐으로 박해를 당합니다. 나는 습관이나 모방을 '비합리적인'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습관이나 모방은 진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습관이나 모방은 똑같이 작용해서 나쁜 사고 방식을 좋은 사고 방식이라고 믿게 하고 널리 퍼트립니다. 상식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성을 통해서 상식이 아주 좋은 안내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상식은 또 다른 근거로 정당화되겠지요. 상식은 종심 법원이 아닙니다. 상식은 안정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편이지만, 어쩌면 안정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다는 이유 때문에 비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상식이 진실이라고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식은 진리로 가는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오래된 것이나 친숙한 것에 보장할 수 없는 궈누이를 부여하고 우리의 마음을 마음을 닫아 새로운 빛이 들어갈 수 없게 할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는 수상하게 여겨질 위험을 무릅쓰몀ㄴ서도 상식에 도전합니다. 철학자는 스스로 다수에 맞서 다수가 타성에 젖어 맹목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반성할 수 있게 합니다. 철학자는 무모할 정도로 비판하고 쉴 새 없이 질문합니다. 인간의 지성이 잠에 빠져들 때, 철학자는 지성을 쥐어짜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매번 철학적 관심과 철학 운동이 새롭게 다시 일어납니다.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반복됩니다. 스크라테스나 베이컨, 데카르트나 칸트 같은 유별나고 사려 깊은 인물들은 익숙한 길로 가는 편이 더 쉽겠지만 통상적인 사유의 길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하나 만들어내고 나서 목표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상가들은 오래된 전제를 다시 심의하고 과거의 방법론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사상가는 새로운 중심에 서서 새로운 참조 체계를 채택합니다.

상식이 습관적이고 모방적인 한, 철학은 상식에 반대합니다. 철학의 진면모고가 일치하지 않는 상식의 특징은 더 있습니다. 상식을 대신해서 사용되는 칭찬이나 비난의 말들을 생각해보면 그런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상이 상식에 위배된다고 비난을 받을 때 일반적으로 사상에 대해 뭐라고 말합니까? 가장 즐겨 사용되는 비난의 형식이 세 가지 있습니다. 사상은 '실용적이지도 않고', '너무 일반적'이며, '실체가 없다'고 이야기 됩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말들이 비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당연하게도, 상식에 합치하려면 사상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체적'이어야 한다는뜻입니다. 상식의 구제 수단으로서 철학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판단이 실질적이든 함축적이든 궁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밝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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