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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은 18세기 미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선은 1776년 그가 독립전쟁 당시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인물들 중 하나로서 [독립선언]을 기초하는데 참여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또한 1785년 독립전쟁을 종결시킨 파리 조약의 미국측 대표를 역임하였으며, 같은해 미국 제헌의회에서 주 대표로 활동했지요. 미국 역사를 결정지은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는 독립전쟁기에, 그는 미국 내의 정치에서 뿐 아니라 외교분야에서도 큰일들을 해냄으로써 국제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50년 이상의 공직생활을 통해 벤자민 프랭클린은 독립 초기 미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왕성한 국내외적 활동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인터넷 유저들이 말하는 계층간 구별의 척도인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중 벤자민 프랭클린은 과연 어떤 수저 출신일까요? 굳이 따지고 들자면 그는 아마 '흙수저' 내지는 '무수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는 자수성가의 신화라고 할 수 있거든요.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의 말대로 가난하고 이름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로 인하여 정규교육은 그에게 사치였습니다. 어느 날, 인쇄공인 형을 따라 벤자민 프랭클린 역시 12세에 인쇄소의 견습공으로 가게되었지요. 그러나 5년 후 형과의 다툼이 계기가 되어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왔던 보스턴을 떠나 필라델피아로 가게 됩니다. 땡전 한 푼 없고 설상가상으로 아는 얼굴 하나 없는 낯선 도시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힘에만 의지하여 세상과 대면하는 그의 모습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된다고 말할 만 합니다. 그가 마지막 한 푼으로 산 빵을 겨드랑이에 끼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이때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너무도 큰 가능성을 가진 한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과 직면한 '미국적인 아담'이었습니다. 동시에 그의 모습은 새로 시작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미국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후 그는 새로이 정착한 필라델피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인쇄업자로 성공하게 됩니다. 그의 나이 스물 넷에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미 성공적인 인쇄소를 동업자 없이 혼자 소유하고 잡지를 발행 할 수 있을 정도의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고, 42세에는 은퇴하여 다른일에 몰두할 수 있을 만한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가 의존한 수단은 '근면, 검소, 인내'였습니다. 이것은 벤자민 프랭클린 스스로가 도덕적 완성을 향해 도달하기 위해 의존한 미덕이었으며 자기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원천이었습니다. 이는 그의 유명한 [리처드 연감]에 채워넣은 경구들의 내용이기도 하고 그 서문 [부자가 되는 길]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미덕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는 청교도인이 아니었습니다. 교리를 답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로만 하는 교리에 거리를 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에대한 경배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많은 선을 행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서 도덕적 완성에 도달하고자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쓴 것입니다. 그가 도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들을 정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는데 그 계명들은 절제, 침묵, 질서, 결심, 검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이렇게 13가지 항목이었습니다.
이런 물질적인 성공을 토대로 벤자민 프랭클린은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드디어는 국가적인 인물, 더 나아가 국제적인 인물로 성장하였습니다. 후세 미국인들은 맨손으로 성공을 이룬 그의 모습을 모범으로 삼아 그가 주장한 미덕을 통해 성공하려고 애썼고, 이러한 성공의 꿈은 긍정적인 모습이든 부정적인 모습이든 이후 미국 문화와 문학 작품속에 지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앤드류 카네기의 성공담의 배경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신화가 있으며, 문학에서는 호레이쇼 앨저 식의 성공담의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스캇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자기향상을 위해 만드는 계획표와 결심을 담은 글귀들은 프랭클린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가 실현해 보인 자주성가한 사람의 신화에 대해 몇 가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는 성공의 기준을 부자가 되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제시함으로써 물질적인 성공을 강조하였지요. 물질적인 성공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가치 자체만을 중요한 목표로 삼게되는 경우 그것으로 환산되지 않는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 문제이지요.
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강조는 사회를 보는 그의 태도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그는 사회의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없애기 위해 애씀으로써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때 사회의 개선과 진보는 물질적인 차원의 편리함과 안락함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는 '자유롭고 편한 사람들의 단체'를 구상한 적이 있다고 그의 자서전에 쓴 바가 있는데, 그가 의도한 것은 미덕 덕분에 악덕으로부터, 그리고 부지런함과 성실함 덕분에 빚으로부터 자유롭고 따라서 편안한 상태를 누리는 사람들의 분파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주장한 앞서 언급한 13가지 덕목을 실천함으로써 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했답니다. 이렇게 그는 성실하고 도덕적인 개인들이 모인 사회가 훌륭한 사회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개인의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더 살기 편한 사회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 성실하고 도덕적인 개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우너래 청교도들이 미대륙을 건너오면서 가졌던 이상 즉, 지상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은 그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닌듯 합니다.
그가 구현한 자수성가한 인물형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건전한 꿈을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노력으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그자체로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룩하고 프랭클린이 구현해 보인 이 인간형이 물질주의적이로 개인주의적인 위험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날지 아니면 그 반대로 긍정적으로 지양될지는 프랭클린 이후 미국인들에게 남겨진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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