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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찾는 상가 골목을 걷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업을 하고 있던 가게가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근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문 앞에 붙어 있는 작은 폐업 안내문을 보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또 한 사람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한 것이지요. 폐업은 어느 한 사람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가족의 생활고가 심해질 것이고 가게의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을 닫는 가게는 늘어만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자리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지만 그가게는 또 얼마나 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걱정이 됩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취업 인구의 29퍼센트로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고 OECD국가들 중 4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돈벌이가 되어서 자영업자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정규직 수는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24.8퍼센트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보니 호구지책으로 자영업을 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자영업 내의 업종 쏠림 현상도 심각한데 30개 생활 밀접형 업종에 25.8퍼센트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답니다. 예를 들면,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2개 미국의 1.8개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하고 문을 닫는 음식점 수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12년 KB금융지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자영업자 100명중 75명이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특히 창업 뒤 3년 안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47퍼센트나 돼었습니다. 자영업자 절반가량이 3년을 못버틴다는 뜻입니다.

더 큰 문제는 새로 창업하는 자영업자들 중에서 음식점, 호프집, 편의점, 부동산중개업소와 같은 30개 생활 밀접형 업종을 선택한 사람이 35.1퍼센트나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동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인 25.8퍼센트보다도 더 높지요. 이처럼 이미 과포화 상태인 시장에 계속해서 새로운 자영업자들이 밀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주된 원인은 50대가 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했던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늘어난 전체 취업자의 약 57퍼센트가 50대이고 여기에 60대까지 합치면 거의 10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같은 기간 40대 이하의 취업자수는 오히려 줄거나 현상 유지에 그쳤습니다.

그런대 50~60대가 취업한 일자리는 거의 대부분 사업시설 유지관리, 청소업, 소독방제업, 알선업, 도소매업, 택시기사 및 대리운전, 택배 등 영세하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서비스업종입니다. 2004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전체 취업자 수는 282.2만명 늘었는데 거의 100퍼센트가 비제조 서비스 분야의 취업자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나 ㄴ일자리의 거의 전부가 50~60대 이상 세대에서 생겨났고 모두 영세 서비스업이라는 것입니다. 베이비부모들을 중심으로 은퇴한 이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사실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마땅한 기술이 없기에 가장 만만한 치킨집이나 호프집을 차리는 경우가 부지기수 입니다. 즉, 생활 밀접형 업종들이지요. 이 전쟁터에 뛰어들고보니 상황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기에 어지간한 매출로는 임대료 내기 바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게 사정이 나빠져 이곳저곳에서 대출을 받아 버티다가 결국 폐업을 하게되고 이는 곳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액의 빚까지 지게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셈 입니다. 

평생을 일한 것에 대한 대가로 받는 퇴직금으로 무턱대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순간 지나온 30년과 남은 30년을 모두 날리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재취업의 기회를 제대로 보조해주지 못하는 사회 체제의 탓도 있겠지마는 사회탓에 앞서 내 스스로 준비된 노후, 준비된 은퇴를 맞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기억하세요. 준비와 계획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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