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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자네티 - 영화의 이해

오늘은 영화에 좀 더 깊에 접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영화 입문서를 한 권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영화 입문 서적 중에서도 특히 접근이 쉬운 입문서 입니다. 총 열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영화 언어들을 다루는 데에서 출발하여 이데올로기나 이론과 같은 추상적인 논의까지를 모두 담고있습니다. 특히 촬영 - 미장센 - 움직임 - 편집 으로 이어지는 초반의 네 개 장의 영화의 시각적 측면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영화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들이지만 영화 언어를 의식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낯선 부분이기 때문에 막 영화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진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루이스 자네티는 여기서 영화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할 수 있을 하나의 프레임을 다루는 데에서 출발하여 그 프레임이 담고 있는 세계의 모습, 그리고 프레임이 연속적으로 나열되면서 만들어지는 운동, 그리고 그 운동성을 끊거나 붙아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편집에 이르기까지를 차례대로 꼼꼼하게 설명해나갑니다. 이 책에 수록된 수백장의 스틸 사진이 가장 효과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영화의 이해'가 처음 영화를 공부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한 책인 또 다른 이유는 여타의 영화 입문 서적에 비해서 수록된 사진의 질이 좋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시작적 특징이 특히 강조된 매체임을 생각해보면 이거싱 그냥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실제 영화의 영상을 확대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영화가 촬영되는 동안 찍은 홍보 사진들을 주로 활용하는데, 이는 실제 영화 속 장면들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신 훨씬 더 좋은 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해줍니다. 그 덕분에 각각의 사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 속의 사진은 그저 고정된 한 장의 사진일 뿐이며, 영화의 운동성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논의가 이미지를 지나 사운드로 옮겨가면 그 한계는 명백합니다. 어떻게 영화의 사운드를 책을 통해 들려주겠습니까. 여기서 한가지 교훈은 영화 언어의 이해가 결코 책으로만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음악 서적이 아무리 바흐의 대위법을 분석해두어도 결국 그건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에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서적이 아무리 개념어를 동원하여 영화의 시청각적 측면을 분석한다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 때 어떠어떠한 특정 영화를보라고 권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한 권만 잘 읽어보면 된달지,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틀즈의 음반 한 장만 들어보면 된다는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 빈치의 모나리자만 들여다보면 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술들에 비하면 훨씬 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영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많은 영화들은 영화 언어를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모든 영화들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영화언어의 이해를 도울 것입니다.

다만 특정 방식의 언어는 이 영화를 통해서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식의 안내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영화의 이해'는 책을 길라잡이 삼아 영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책이라고 자신있게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개념들을 단지 추상적으로 다루는 것에 그치는 대신 매번 구체적인 영화를 언급하면서 설명 중인 개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을 꼼꼼하게 묘사해 주고 있는 덕분에 거기 설명된 내용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샘솟습니다. 영화 공부를 생판 듣도 보도 못한 '고전'이니 '예술'이니 하는 영화들을 보아야 한다는 말과 동일시하여 두려움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 '영화의 이해'에서 예를 통해 제시하는 영화들의 목록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의 명단ㅇ니 아니라 실험영화에서 시작해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 인지도 면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영화들의 명단이라는 점이 특히 반가우실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에서 한 가지 반가운 것이 있다면 저자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오슨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의 분석을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 수십년 동안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웠던 작품인데 오히려 그 부담스러운 명성 때문인지 많은 관객들은 무턱대로 이 영화를 '지루한 예술' 영화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게다가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이들은 이미 수없이 쌓여온 '시민 케인'에 관한 비평들을 의식하는 것인지 말을 아끼곤 합니다. 그 때문에 '시민 케인'은 영화의 역사를 논할 때 끊임없이 언급되는 작품이나 우리나라에서 좋은 관련글을 찾아 읽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루이스 자네티의 분석은 일종의 완결편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분석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여기서 그 전까지 살펴보았던 영화의 요소들, 즉 촬영, 미장센, 움직임, 편집, 음향, 연기, 연극, 스토리, 문학, 이데올로기, 이론이라는 열한 가지 항목을 가지고 이 "영화사상 최고 걸작" 을 분석해 나갑니다. 비록 그 글을 하나의 완결된 비평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한 편의 영화를 볼 때 얼마나 다양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영화를 보아야 하는지를 되새기게끔 해주는 좋은 지표가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양질의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신 영화 초보자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이 책,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 반드시 꼭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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