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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스위스 어느 호텔. 오랜 친구로 보이는 슐츠와 포스터로 불리우는 두 노인이 이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각자 복도 제일 끝에 마주하는 방에 배정받았습니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 호텔의 테라스에 있는 테이블에 그들이 마주 앉아 있습니다. 서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추운 날 양지에 있는 테이블이 그것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웨이트리스 로자에게 독일인 슐츠씨는 따뜻하게 데워진 와인을 주문하고 포스터 대위는 우유를 섞은 차를 주문했습니다. 그녀가 그들의 음료를 가지고 왔을 때 두 노인은 로자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내고 로자는 손님에게 하는 형식적인 미소를 마지못해 보낸습니다. 그리고는 그녀는 자신이 줄곧 기대어 시간을 보내던 테라스 바니스터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두 노인은 로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주일 전 호텔에 도착한 이후 그녀에게 갖은 성가신 요구들을 해 온 터였습니다. 마침 성수기가 끝난 시점이었기에 로자는 노인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음료를 내어주고 난 후 그들의 응시를 애써 피하며 로자는 잘생기고 젊은 한 청년에게 행복한 미소로 반갑게 손짓을 했습니다. 로자의 모습에 서운함과 화가 난 두 노인은 자신들도 한때는 그렇게 젊고 잘생긴 시절이 있었음을 어필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사실 이 부분부터 굉장히 흥미로운데, 두 사람은 줄곧 대치상태로 있었습니다. 35년이란 시간동안 두 사람은 서로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적군으로 혹은 지리적으로 대치 상태로 늘 대척점에 놓여 있었습니다.
로자가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들의 과거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잘생긴 청년에게만 관심을 보이자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열정 넘치던 과거를 더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를 알게 되어 서로 어리둥절해 하는데, 전혀 듣지 않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로자가 비아냥거리며 그 미스테리의 원인은 두 노인의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가버립니다. 이에 슐츠씨는 고개를 떨구고 포스터씨는 불쾌한 듯 자신의 기억이 옳았음을 고집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 The Woman 은 매우 단순한 듯 보이지만 난해한 소설입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좀처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젊음에 집착하는 두 노인의 어리석음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 지난 날의 영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미련함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듯한 두 사람의 경쟁 구도는 네 번, 다섯 번을 읽으며 가까스로 파악해냈습니다. 평행이론 같은 느낌이 어느 정도 듭니다. 도리스레싱의 단편집 To room nineteen 에 실린 The woman은 액면으로만 보자면 재미없지만 파면 팔수록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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