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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귀스타프 플로베르는 19세기 프랑스 문학 사실주의의 선두적인 주창자로 여겨집니다. 특히 그의 첫 작품 ‘마담 보바리’는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한 여성이 불륜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극사실주의 작품이라고 평가 받는다고 합니다.
귀스타프 플로베르는 그의 문우 뒤캉의 조언에 따라 들로네 사건을 바탕으로 마담 보바리를 썼습니다. 플로베르가 처음 썼던 소설은 지나치게 낭만적기에 뒤캉은 사실을 바탕으로 리얼리즘에 충실한 글을 쓰길 권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들로네 사건은 무엇일까요? 들로네 사건은 마담 보바리와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들라마르라는 개업의와 그의 허영심 많은 아내 델핀느가 그 사건의 주인공들인데, 델핀느는 불륜을 일삼다가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되고 빚을 해결하지 못해 스스로 생을 끊었고 아내가 남긴 빚을 해결하다 결국 힘에 부친 들라마르 역시 자살을 했다는 것이 들로네 사건의 전말입니다.
마담 보바리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담 보바리는 말 그대로 들로네 사건 그 자체입니다. 주인공들의 이름을 바꾸고 배경을 좀 바꾸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사실주의로 묘사한 마담 보바리가 갖는 의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륜을 일삼으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공상하길 좋아하는 보바리 부인에게서 참을성 없고 절제를 모르는 현대인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절제를 알고 인간이기에 이성이 욕망을 억제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보바리 부인처럼 절제 없는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은 자멸을 향한 지름길임을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알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프랑스의 시대상입니다. 물론 사실주의에 입각한 작품들의 공통적 특징이 그 시대 사회상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초반을 알고 싶으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사실주의 소설들은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을 매우 자세히 보여주기에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우리는 19세기 중후반 프랑스 귀족사회의 모습과 그들의 사고방식을 어림짐작 해 볼 수 있습니다.
허영으로 가득 찬 삶을 살며 자신의 욕망만 앞세우는 한 여성의 삶이 일면으로는 애처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파멸로 이끈 것이 곧 그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들켜 남자들의 ‘쉬운’상대로 전락한 그녀의 모습이 독자의 가슴 한 켠을 시리게 만듭니다. 환상 속에서 살며 환상이 환영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불나방처럼 살다 간 마담 보바리와 실존 인물이었던 델핀느는 어쩌면 모든 여성의 욕망을 대변해주며 욕망을 쫓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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