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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삶을 밀도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제 수용소 생존자였던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구술을 토대로, 수용소 안의 비참한 인간 삶을 가식 없는 시적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학적 증인”이라는 찬사를 받는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2009년 작품이죠.
헤르타 뮐러의 인터뷰를 보면 글쓰기가 그녀 자신의 삶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이유인 즉슨, 글쓰기는 독재 시절에 그녀가 스스로를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준 유일한 도구였기 때문이었답니다. 하지만 당시에 글쓰기 외에 그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는데 일자리에서 언제나 해고를 당한 그녀는 언제나 따르던 횡포와 심문과 박해로 인하여 글쓰기가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고 해요. 나라는 지독히 가난했고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불행을 목격했기에 이 세계에서 우리가 추구할 만한 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녀는 늘 다른 측면을 보려고 애썼답니다. 아직 그녀가 그녀 자신이며 존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였다고 하더라구요. 때문에 그녀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오직 그녀 자신을 위해서만 글을 썼습니다. 스스로와 관련된 문제들을 밝혀내기 위해서, 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죠.
그녀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고 나중에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단절되어 있었고 독일계 소수민족에 불과했던 그녀는 어차피 그곳의 일원이 되는 것도 불가능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같은 소수민족끼리의 분열과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대요. 첫 책을 썼을 때 나치즘과의 결탁에 대해 썼다는 이유로 그 소수민족들은 그녀를 ‘자기 둥지를 더럽히는 여자’로 매도했고, 진부하며 경직된 마을의 삶이나 에스노센트리즘(ethnocentrism), 즉 자문화중심주의에 대해 썼다는 이유로 헤르타 뮐러를 제명시키기 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향토문학이었지만 헤르타 뮐러는 그런 작품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녀가 타협하지 않는다고 여겼고 매우 보수적인 소수민족이었던 그들은 헤르타 뮐러를 배척했습니다. 루마니아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배척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곳에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헤르타 뮐러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그녀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후 그녀는 독일로 와서 독일에서 언제나 루마니아인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루마니아에서 언제나 독일인이었던 스스로를 떠올리며 어떤 면에서 사람은 언제나 타자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녀에게서 사람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왜 글을 써야하는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람은 글을 써야 합니다. 꼭 노벨상을 받을 만큼의 글을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적어도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를 통해서라도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내 의견조차 글로 남길 수 없어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서글픈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읽기 전, 그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숨그네를 읽기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남깁니다. 언어로 만든 예술작품 숨그네. 꼭 읽어보시길 강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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